한 손으로 탁상시계를 잡고 다른 손으로 분해한 부품을 꺼내는 모습

자주 무선충전 탁상시계 분해하기

집 근처 이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자주 매장에서 휴대폰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탁상 시계를 샀습니다. 자던 도중 중간에 깨서 시간을 보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럴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서 잠금 화면을 보는 것보다는 항상 볼 수 있는 시계가 더 편하니까요. 무선 충전 기능도 자면서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포장과 설명서가 조금 엉성한 감이 있었지만 현재 시간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무선 충전도 어느 정도 잘 되니 그러려니 하고 써 왔죠. 그러던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 휴대폰이 전혀 충전되지 않기 시작하고, 흔들면 떨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거죠.

이마트 고객센터나 자주 고객센터에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마트 앱으로 영수증을 받았던 모양인지 90일이 지나 영수증을 확인할 수 없었고, 그냥 이렇게 된 김에 뜯어서 안에 뭐가 있나 살펴보자는 생각으로 뜯을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어딘가 고장난 물건이니 더 이상은 잃을 게 없잖아요? 사실 영수증을 못 찾겠다는 건 핑계일지도 모르겠네요.

따로 나사로 고정한 건 없어보이는데, 배터리 커버를 열고

작은 나사가 두 개 있어서 열어보니 리튬 전지가 숨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열어야 하나 보네요.

기타 피크처럼 생긴 오프닝 툴로 틈새를 공략해 보니 열립니다. 걸쇠로 고정되어 있는 부분을 스쳐 주기만 하면 쉽게 열 수 있네요.

안에서 떨그럭거리고 있던 것의 정체는 무선 충전기 코일이었습니다. 코일이 제자리에서 떨어지다 보니 무선 충전을 할 수 없어 무선 충전기로서 구실을 할 수 없었네요.

코일을 비롯해서 이곳저곳에 글루건으로 처리한 것처럼 보였는데, 충전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글루건을 천천히 녹여가다가 언젠가부터 무선 충전 코일이 떨어져 나와 마침내 무선 충전의 임무에서 해방되었고 무선 충전 코일은 탁상시계 속에서 자유분방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부분은 코일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은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무선 충전기라는 점입니다. microUSB 단자가 어엿하게 달려 있기 때문에 여기에 USB 케이블을 연결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합니다. 시계에 연결하든 무선 충전기에 연결하든 운명의 붉은 실과 검은 실로 연결되어 있어 양쪽 다 전원이 들어오니, 운명 공동체가 되어버린 셈이네요.

엉성하게 납땜으로 연결되어 있던 점에서 조금 웃기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모듈화에 대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차치하고 나면, 고장이 나서 열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이 제품의 만듦새가 썩 좋지는 않았으니 품질이 좋다고 말하긴 힘들겠네요.

다시 글루건을 꺼내서 이걸 탁상시계 하우징 안에 집어넣으면 써 왔던 대로 쓸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안에서 발생하는 열로 다시 떨어져버릴 테지요. 무선 충전기 기판만 따로 떼어다가 다른 곳에 붙여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네요. 생각날 때쯤 다시 꺼내보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살 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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